무게중심 상승→복원력 저하 가능성
연료유·어구 불량 적재 등 요인 다양
구명조끼 미착용…안전불감증 피해↑

승선원 1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제22서경호 전복 사고 원인 규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선박이 복원력을 상실한 이유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기름과 청수 등의 요인으로 인한 무게 중심 상승 또는 어구 적재 불량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13일 여수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1시40분께 여수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t 대형 트롤선박 서경호가 전복·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선원 14명 중 구명뗏목에 올라탄 외국인 선원 4명은 구조됐으나, 한국인 선장 등 5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현재까지 서경호의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생존선원들은 "배가 심하게 흔들리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어서 전복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실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조난신호도 없었고, 함께 이동하던 선단 어선 측에서 '서경호가 갑자기 레이더상에서 사라졌고 교신이 안 된다'고 신고한 것으로 미뤄 매우 긴박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의문점은 대형 트롤어선인 서경호가 외부 물체와 접촉한 증거 없이 수 분 만에 침몰한 것이다.
당시 해상에는 강풍과 풍랑특보가 발효됐으며 2∼2.5m가량의 파고가 있었지만, 대형 어선 운항에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해경은 판단했다. 조업을 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던 상황이라 어획물 과적의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악천후가 전복 원인이라면, 서경호가 2.5m 파도에 뒤집힐 만큼 복원력을 잃은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복원력이란 선박이 기울었을 때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려는 것을 의미한다.
선박이 복원력을 상실하는 요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선박이 항해하면서 연료유, 청수 등을 과소비하면 선박의 무게가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선박이 기울어지거나 전복될 위험이 커진다. 또 선박이 항해 중에 횡동요(좌우로 흔들리는 현상)를 겪을 때, 탱크 내의 액체가 가득 차있지 않아 액면이 유동하게 되면 선체의 무게 중심이 상승해 선박의 복원력을 약화시킨다.
정창현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항해학부 교수는 "서경호가 어선 중에서 대형 규모라고는 하지만, 통상 136t급 선박은 3m 정도의 파고를 한계로 본다"며 "복원력이 저하된 상태였다면 2.5m의 파도로도 전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만약, 어구를 선박의 상부나 가판의 높은 위치에 적재했거나 제대로 고박해놓지 않으면 파도에 의해 어구가 한쪽으로 쏠린다. 이 상태에서 한 번 더 파도가 치면 전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원 국립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는 "전복은 무게중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파도와 강풍으로 인해 흔들려도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으면 '오뚜기'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서경호는 그렇지 못한 것"이라며 "배는 물에 떠 있을 때 아래쪽에 연료유 등을 둬 복원력을 유지한다. 그런데 기상 악화나 연료, 청수, 어획물, 어구 상태에 따라 배의 균형이 깨지면 복원력을 잃고 전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선체 결함이 있었다면 선박 검사 등 사전 단계에서 걸러졌을 것"이라며 "갑자기 사고 시점에 선체 결함이 생길 확률은 거의 없다"며 선체 결함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기상 악화의 상황에서도 선원 모두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정부는 어선사고가 반복될때마다 대책을 내놓지만,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송창영 광주대학교 일반대학원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해경 주도의 안전 관리는 한계가 있고, 결국 당사자들의 안전 의식이 중요한데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며 "재난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방재학에서는 과할 정도로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실현하는 '리던던시(redundancy·과잉 또는 잉여)' 개념을 강조한다. 승선원들이 악천후에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은 '리던던시'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가 갈수록 늘어가는 만큼 관련 법과 매뉴얼도 외국인 근로자에 맞춰 개편하고, 안전 교육도 내실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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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진화대 체력시험 중 숨진 70대···유족, 손배소 제기 산림청 산불진화대 체력 시험을 치르던 도중 70대 응시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 유족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장성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24일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채용을 위한 체력검정 과정에서 숨진 70대 A씨의 유족이 장성군을 상대로 지난 21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당시 산불진화대 지원자 76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59명이었고 70세 이상도 숨진 지원자를 포함해 27명으로 3분의1이 넘었지만, 장성군은 현장에 구급차를 배치하지 않았고 심장마비에 대처할 수 있는 응급의료장비인 자동심장충격기(제세동기)도 비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A씨는 이날 15kg 가량인 등짐펌프를 메고 장성댐 상부까지 200여개 계단을 빨리 올라야 높은 점수를 얻는 방식이었다. 지원자 대부분은 2분에서 3분 사이에 계단 오르기를 완주했다. A씨는 계단을 거의 오른 뒤 주저앉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다시 끝까지 완주한 뒤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신고 당시엔 호흡과 의식이 있었지만, 10여분 뒤 119 구급차 도착 직전 호흡이 멎었고 심장마비 증세를 보였다. 현장에서 CPR을 한 뒤 병원으로 옮겼고 병원에서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산림청 산불감시원 운영규정과 산불진화대 일자리사업 지침을 보면 체력검정 현장에 구급차를 배치하고 응급의료인력을 대기시켜야 하고, 자동제세동기 같은 응급의료장비를 비치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상을 위해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또 체력검정은 응시자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장소에서 걷기 및 지구력 측정 위주로 실시하도록 했다. 순발력이나 근력을 테스트하는 단거리 달리기는 금지하고 뛰는 경우 배점 30점 가운데 10점을 감점하라며 세부적인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하지만 장성군은 구급차를 배치하지 않았고 보건소 보건행정팀 소속인 간호사 1명만 현장에 대기시킨 것도 모자라 자동제세동기를 비치하지 않았고 상해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산불진화대 체력검정 지원자에 고령층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잇따르는 유사 사망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지침 강화도 시급하다.노동안전보건지킴이 관계자는 "산불진화대 지원자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인 것을 감안하면 강도 높은 체력검정은 사고 위험이 높다"며 "2020년부터 확인된 사망사고만 7건에 달하고 모두 60대 이상"이라고 밝혔다.이어 "2020년 울산과 경남 창원, 경북 군위에서 일주일 새 사망사고가 잇따랐다"면서 "2021년엔 전북 장수에서 2022년에는 대구에서 비슷한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올해는 장성군 뿐만 아니라 강원 평창에서도 체력검정 중 60대가 숨졌다"고 설명했다.유족을 대리한 김성진 변호사는 "이번 사고는 장성군이 안전 관리 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해 발생한 것"이라며 "장성군이 책임을 인정하고,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산불진화대 체력검정 과정에서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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