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현장서 전혀 인지 못하고 있어
"절반 이상 미등록 파악...전수조사 할 것"


광주의 대형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번호판이 없는 이른바 '미등록 오토바이'가 버젓이 활보하고 있지만 정작 행정당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등록 오토바이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고가 났을 때 피해 보상이 어려운 만큼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오전 찾은 광주의 공영도매시장 중 하나인 서구 매월동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운 날씨에도 도매시장 내부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상인들은 대형 화물차에 실린 농산물 박스를 나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으며,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싸고 좋은 상품을 고르기 위해 도매시장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었다.


문제는 상인들이 물건을 나를 때 사용하는 오토바이. 무등일보 취재기자가 10여분간 지켜본 결과 도매시장 곳곳을 누비는 오토바이 대부분 번호판이 부착되지 않은 미등록 오토바이였다. 주차된 오토바이 중에도 번호판이 달려 있지 않은 게 많았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오토바이는 관할 구청에서 사용신고를 한 뒤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또 도매시장 일대 도로는 도로교통법을 적용받는 도로에 해당한다.
그러나 상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오토바이를 탄 채 차량과 시민들 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모두 헬멧도 쓰지 않은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매시장을 방문한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미등록 오토바이의 경우 보험 가입이 되지 않다 보니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 혹여나 법적인 책임을 피하고자 사고를 내고 도주한다면 추적도 힘들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갑자기 튀어나온 오토바이에 치일 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오토바이 운전자가 그냥 휙 보고 지나가길래 신고하려고 번호판을 찍으려고 했는데 번호판이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전 찾은 광주의 또 다른 공영도매시장인 북구 각화동 각화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대형 화물차와 시민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미등록 오토바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상인들은 차량이나 시민들과 부딪힐 뻔할 때마다 경적을 울리곤 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각 도매시장마다 관리사무소를 두고 10명 이상씩 근무하고 있으면서도 미등록 오토바이 문제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전을 중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나는 셈이다.
광주시는 무등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도매시장 내 미등록 오토바이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물건을 편하게 싣고 나르기 위해 오토바이 뒷부분에 적재함을 설치해 번호판이 부착되지 않은 지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90여대, 각화농산물도매시장 130여대 전체 오토바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절반 이상이 미등록 오토바이로 파악된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관할 구청에 등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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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에서 맞는 설···음식·노래·웃음 가득한 고려인마을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설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고 배웠어요. 여기선 우리 모두가 한가족입니다.”설을 앞둔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소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향을 떠나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둥근 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명절을 맞고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1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1층에 들어서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탕 냄비와 분주히 오가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두고 특별한 명절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상 위에는 전날부터 삶아둔 수육을 넣은 이날의 주메뉴 수육곰탕을 비롯해 미역·고사리나물을 비롯해 당근 김치, 러시아식 토마토 반찬, 만두, 과일, 빵 등 각종 후식까지 가득 올랐다. 준비한 음식은 100인분에 달했다. 모두 같은 고려인 동포들이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에서 김마리따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찹쌀떡을 직접 빚어 고물을 묻히는 모습은, 음식만 다를 뿐 여느 한국 가정의 설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우즈베키스탄 국적 박실바(74)씨는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워 자주 못 먹는 음식들이 있다. 명절만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원하는 음식을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골랐다”며 “무려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 손질을 하며 준비했다. 힘들어도 다 같이 둘러앉아 웃으며 준비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같은 시각 센터 지하 강당에서는 또 다른 설맞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50여명의 고려인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나라 전통공예 체험’에 참여했다. 검은색 손거울 위에 자개 스티커를 붙이며 나전칠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던 이들은 이내 완성된 거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했다. “예쁘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들이 자개 스티커로 꾸민 손거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어, 강당에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든 김마리따(70)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손뼉을 치며 호응하던 고려인들은 이내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진 ‘남행열차’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흥겹고 열정 가득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김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며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배웠다”며 “한국에 설을 지내며 이 노래를 부르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 뜻깊다. 이렇게 동포들과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프로그램이 끝나자, 고려인들은 일제히 1층으로 향했다. 빈틈이 없을 만큼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그릇에 수육을 덜어주고 반찬을 권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들이 함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날 2월에 생일인 7명을 위한 작은 생일파티도 마련됐다. 러시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함께 불었다. 생일자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고, 주변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생일 선물로 마련된 칫솔·치약 세트와 마스크, 상비약 등 생필품 꾸러미도 전달됐다.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최벨라(71)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은데, 명절에 이렇게 모여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니 더 행복하다”며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이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올해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러시아에 있을 때는 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 설 문화를 배웠고, 이제는 우리들도 매년 집이나 식당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설을 보낸다. 러시아에서는 명절에 물만두를 먹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를 따라 떡국도 함께 먹는다”며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며 웃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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