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면 신호등 꺼지는 어린이보호구역···학생·시민들 위험천만 횡단

입력 2025.11.07. 12:04 강주비 기자
남구 봉선동 불로초 앞 교차로 뒤엉킨 차량 사이 ‘아찔한 횡단’
교통 체증 해소 위한 조치…사람 중심 '대자보' 정책과 엇박자
주민들도 의견 갈라져…광주 경찰 "현장 점검 후 재조정 논의"
지난 4일 오후 5시께 보행 신호등이 꺼진 광주 남구 봉선동 불로초등학교 앞 사거리 횡단보도를 학생들이 건너고 있다. 강주비 기자

광주의 남구의 한 초등학교 앞 사거리 신호등이 오후 5시면 꺼져 학생과 주민들이 수년째 위험천만한 횡단을 이어가고 있다.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지만, 사람이 아닌 차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인해 학생·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광주시는 승용차 중심에서 벗어나 대중교통·자전거·보행을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하는 '대자보 도시'를 표방하는데도, 과거에 결정된 신호 운영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현 광주시 정책 기조와 엇갈린다는 비판이다.

6일 오후 5시께 찾은 광주 남구 봉선동 불로초등학교 앞 사거리. 해가 지기도 전인데 횡단보도 보행 신호등은 이미 꺼져 있었고, 차량 신호등 역시 황색 점멸로 바뀐 상태였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도로 위는 좌·우회전 차량이 뒤엉켜 곳곳에서 클락션이 울려댔다.

문제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학생들의 안전이다.

이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데다 초등학교 두 곳과 학원 수십 곳이 몰려 있어, 출퇴근 시간대에만 붐비는 러시아워가 아닌 상시 정체 혼잡 도로다. 특히 하교가 시작되는 오후부터 늦은 저녁까지 학생과 학부모 차량이 끊이지 않는다. 차량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탓에 아이들은 '눈치껏' 틈을 봐 뛰어 건넜다. 성인들도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좌우를 살피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황색 점멸 신호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이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과 노란색 횡단보도가 무색하다. 학원 '픽업 차량'으로 인한 불법 주정차까지 겹쳐 시야가 가려지고,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키는 위험한 장면이 반복됐다.

초등학생 김모(10)양은 "신호등이 꺼져서 친구들이랑 언제 건너야 할지 몰라 그냥 뛰어야 한다"며 "차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와 무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 정민아(36)씨는 "아이들이 하교 후 바로 학원에 갔다가 밤 9시쯤 학원을 마치는데, 너무 일찍 신호등이 꺼지는 것 같다"며 "보행 신호가 없으면 차들이 멈추지 않고 달리기 때문에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을 견디다 못한 한 초등학생이 직접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남구 '구청장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자신을 불로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학생이 "학원이 끝나고 귀가하는 학생들이 밀려드는 차들로 인해 길을 건너기 힘들다"며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것 같다. 학원이 끝나는 오후 10시까지는 신호등을 켜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4일 오후 5시께 점멸 신호로 전환된 광주 남구 봉선동 불로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차량들이 통행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이 사거리 신호등이 오후 5시에 꺼지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당시 봉선동 일대 주민들이 신호 운영으로 인한 차량 정체와 불편을 지속적으로 호소했고, 이에 경찰은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 신호 운영 시간 조정안을 상정했다. 위원회는 신호기·노면표시 등 교통안전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심의·의결하는 자문기구로, 경찰과 도로교통공단, 교통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다.

이후 심의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당시 불로초등학교 교장과 학부모회, 녹색어머니회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오전 8~9시, 오전 11시30분~오후 5시까지만 정상 운영하고 이후에는 점멸로 전환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주민 불편이 크고, 등·하교 시간대 중심으로 신호를 운영해도 안전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봉선동 학원가 규모가 커지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저녁 시간대 보행자와 차량 통행량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5년 전과 반대로 '신호 운영 시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곳이 사람 중심의 '대자보 도시'를 추진하는 광주시와 정반대로, 차량 중심의 교통 정책이 진행되는 현장이라는 것도 문제다.

이에 광주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관계 기관과 주민,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다시 열고 신호 운영 시간 재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학부모들은 신호 연장을 바라는 반면, 주민 일부는 "신호 시간이 늘면 차량 흐름이 막혀 불편이 커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주청 관계자는 "2020년 이후 교통 여건이 달라졌다. 정확한 통행량은 알 수 없지만, 도로 확장 없이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차량 통행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와 주민의 의견이 엇갈려 전문기관과 상의 중이며, 퇴근·야간 시간대 교통량을 직접 실사할 계획"이라며 "이상적으로는 24시간 정상 운영이 바람직하지만, 주민 불편과 교통 흐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장 점검 결과와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신호 운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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