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배재고 사태 등 온·오프라인 비하
피해 현실을 가해로 둔갑시키는 ‘표현의 자유’
무제한 권리 아냐…차별·배제 조장 영역 따져야
“형벌 규제, 민주주의 공론장 차원 신중히 논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조롱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과 배재고 야구부 응원 등 논란 때마다 전라도 혐오 표현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은 채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전라도 혐오’를 놀이 문화로 치부하며, 표현의 자유를 방패로 빠져나가려 한다. 문제는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스며든 전라도 혐오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맞서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감시·비판의 목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1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출신 지역과 성별·장애·종교·나이 등을 이유로 모욕·비하·멸시·위협 또는 차별, 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조장하는 것을 혐오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배제를 조장하는 표현까지 무제한적인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표현의 자유’ 자체가 아닌 한계와 예외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본보가 인터뷰한 혐오 피해자와 이를 즐기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유저 사이에도 이 같은 간극은 극명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광주 출신 20대 청년은 직장 내에서 ‘빨갱이’라는 말을 들었다.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차별도 경험했다. 출신 지역 탓이었다. 반면 10여 년간 ‘일베’에서 활동한 광주 출신 20대 청년은 전라도 혐오를 ‘놀이 문화’이자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특정 지역·인물 조롱이 밈과 결합해 커뮤니티 내부의 소속감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고, 같은 표현을 알아듣는 사람끼리 ‘우리 편’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미국의 폭력 선동이나 파이팅 워드(싸움을 거는 말)를 비롯해 한국의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에 한계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란 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다. 다만 그 한계와 예외를 어떻게 정할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일베식 조롱은 초기의 거창한 명분은 사라지고 점점 유머 그 자체로 자기재생산되고 있다”면서 “특정 혐오 단어의 기원이나 목적마저 없어진 채로 유머와 재미만 남은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5·18 혐오 역시 이 같은 한계 영역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민주주의 구조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벌 규정이 도입되면 그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을 충분히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혐오표현 형벌화의 역설-혐오표현을 처벌하는 칼날은 누구를 향하는가’ 논문을 통해서다.
김 교수는 혐오 표현을 형벌로 규제하려는 시도가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하더라도,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 권력 감시나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한 규제 기준이 모호할 경우 법적 방어 능력이 취약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가 먼저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 역효과와 함께 시민들의 ‘자기검열 효과’를 초래해 민주주의 공론장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정 혐오표현이 사회적 갈등을 촉발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가장 강력한 공권력인 ‘형벌권’을 동원해 규율할 수 있는 지 문제가 된다”며 “현대 민주국가에서 혐오표현 규제는 ‘평등의 가치’와 ‘표현의 자유’라는 두 헌법적 원리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혐오표현 규제에 관한 논의가 단순히 특정 표현의 허용 여부를 넘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권력과 시민의 자유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에 관한 근본적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전제로, 향후 관련 입법 논의가 보다 엄격한 헌법적 기준과 제도 운영의 현실을 토대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재발 방지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인천 연수구갑) 의원은 “영남인들이 스스로 혐오 목소리를 자제하도록 만들고 유도하기 위해 영남 지역의 지식인들, 국회의원들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소통의 과정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후 의정 활동 과정에서 호남을 혐오하는 발언과 행동에 대해 적극 대처하고 ‘헤이트 스피지(Hate speech·혐오 표현) 방지법’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고심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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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데"···외면받는 광주백범기념관, ‘하루 17명 꼴’
13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을 방문한 원아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제81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0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에는 유치원 원아 27명이 줄지어 전시관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전시 해설을 들으며 백범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 업적과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백화마을의 역사를 살펴봤다. 다소 낯선 역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광복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아이들의 방문으로 잠시 활기를 띠었던 기념관은 단체관람이 끝난 뒤 다시 한산해졌다. 전국에 단 두 곳뿐인 김구 선생 전문기념관 중 하나이자 김구 선생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각별한 인연을 간직한 공간이지만, 상징성에 비해 시민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광복절뿐만 아니라 3·1절과 현충일 등 역사적 기념일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음에도 광주백범기념관의 연간 관람객은 2015년 개관 이후 한 번도 1만명을 넘지 못했다.이날 광주백범기념관 등에 따르면 기념관 관람객은 2023년 5천125명에서 2024년 7천206명, 지난해 8천530명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3천405명, 66.4% 늘었지만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관람객은 23명에 그친다.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 3천599명이 방문했다. 월평균 514명, 하루 평균 17명 수준이다. 광복절이 있는 8월과 유치원·학교의 단체 해설이 집중되는 9월에 방문객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연간 관람객 1만명 돌파 여부는 불투명하다.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자리한 백범김구기념관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 기념관의 최근 연간 관람객은 약 15만명으로, 지난해 광주 기념관 관람객의 17.6배에 달한다. 광주 기념관 관람객은 서울의 5.7%에 불과한 셈이다.두 기념관은 김구 선생을 기리는 전문기념관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설립 배경과 운영 방식은 다르다. 서울 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묘소와 독립운동가 묘역이 있는 효창공원에 자리하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김구 선생의 후손들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2015년 10월 문을 연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학동 백화마을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백범문화재단과 당시 국가보훈처, 광주시가 총 12억4천200만원을 투입했으며, 지상 3층·연면적 488㎡ 규모로 전시실과 교육실 등을 갖췄다. 건립 이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기부채납돼 시 소유 시설이 됐으며 현재 백범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기념관은 상설 전시해설과 함께 유아와 초·중·고등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과 보드게임, 역사기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3·1절과 현충일, 광복절 등 주요 기념일 행사와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포함해 매년 10개 이상의 사업을 진행한다. 단체뿐 아니라 가족 단위 개별 관람객도 매달 달라지는 체험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기념관 측은 시설을 직접 방문한 관람객 수만으로 전체 사업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체험 부스, 협력기관 행사 등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2만3천516명에 달했다. 기념관 밖에서 김구 선생의 삶과 정신을 알리는 활동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업 참여 규모는 연간 방문객 수보다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다만 외부 행사 참여 실적이 기념관의 인지도와 방문객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은 과제로 꼽힌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정기 단체관람을 확대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시설 등을 연결하는 역사 탐방 코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광복절 등 특정 기념일에 집중된 일회성 방문을 넘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홍보와 콘텐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광주백범기념관 관계자는 “개관 이후 연간 관람객이 1만명을 넘은 적은 없지만 최근 들어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해에는 기념관 방문객뿐만 아니라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행사 참여자까지 포함해 2만3천여명이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백화마을과 지역의 인연을 기억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가족 단위 방문객도 전시 해설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찾아 김구 선생의 삶과 지역에 남겨진 뜻을 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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