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잡학카페
모든 생명체는 혼자 홀로 나만이 살아갈 수가 없다. 생명은 빛나는 광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의 죽음을 딛고 피는 검은 꽃이다. 또한 이 꽃은 생존하기 위해 다른 생물과의 공생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생명들의 공생은 서로의 생존에 유리하게 예속과 조화로 얽힌 공진화이다. 인간과 함께하는 공진화의 예는 멀리는 수억년 전에 우리 몸 안에 들어온 '미토콘드리아'에서부터 1만년 전의 동물의 가축화와 식물의 식량화 그리고 문명시대의 도구와 기술에 의한 문명창조까지 소환할 수 있다. 인간사회에서 공생과 협업의 공진화는 공동체에 지속적 생존의 유지에 유리하게 이어왔다. 그러나 권력적 욕망사회는 자기보존의 욕망으로서 서로의 의존과 조화의 공진화를 무시하다 못해 공동체의 갈등을 유발한다. 현대사회에서 기술과 제도, 공익과 시스템, 권력과 주권 등의 공진화가 위협받는 홀로진화는 갈등과 불평등이 활개를 친다.
오늘날 인류문명은 수 만년 동안 이어진 다양한 공진화의 산물이다. 인류문명의 번창은 유목과 채집에서 벗어나 정착한 농경사회에서 시작한다. 정착지에서 식량 확보의 해결은 벼, 밀, 옥수수 등이 인간과 공생의 진화로 이어지는 공진화의 결과이다. 오늘날 가장 많이 먹는 밀가루의 빵밀은 1만2천 년 전에 시작된 염색체가 12개인 야생밀이 인간과 공진화의 결과이다. 인간은 굵고 단단한 밀알을 원하는 만큼, 밀은 자기 집단의 안정적 번식을 원했다. 그래서 인간은 정착하면서 채집이 아닌 굵은 씨앗을 골라 다음 해에 넓은 면적에 뿌려 파종하여 경작하였다. 이전에 야생밀알은 가벼워 바람에 의해 널리 퍼져 번식했다. 그래서 야생밀은 인간의 힘을 빌리기 위해 염색체가 12개로 같은 염소풀과 교잡하여 돌연변이 24개 염색체인 엠머밀이 탄생하였고, 엠머밀은 다시 염소풀과 교잡한 돌연변이 36개의 염색체인 빵밀이 탄생하였다. 빵밀은 단단하고 굵어서 더이상 바람에 의한 번식은 할 수 없고, 인간의 경작에 의존하게 되었다. 오늘날 주요 식량인 밀의 원종인 빵밀은 오직 농사에 의해서만 집단이 생존한다. 그래서 인간은 많은 식량을 얻기 위해 알이 꽉찬 밀알로 파종하고, 경작지를 넓혀서 수확량을 높였다. 즉, 밀은 공진화에 맞추어 바람에 날리는 가벼운 씨앗보다 토실한 씨앗이 집단 번식에 유리하게 진화하였다. 이런 공진화를 촉진하는 인류의 유산이 추수감사절과 다양한 농산물의 품질평가하는 축제가 남아있다.
최초의 빵은 밀의 낱알 가루를 물과 섞어 만든 반죽을 익혀서 만들었을 것이다. 빵의 숙성효소인 이스트는 낱알의 겉표면에 포함되어 있어서, 반죽하여 시간이 되면 자연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최초로 이스트를 넣은 빵은 기원전 수천년 전에 고대 수메르와 이집트에서 발견된다. 이들 지역에서 빵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빵의 매점과 사재기를 금하였다. 사재기는 왕과 관료가 국가 행사 때 시민에게 나눠주는 경우에만 허용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빵은 식사 대용과 간식으로 확대되면서 성인병의 한 원인이 되었다. 심지어 빵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을 '빵순이, 빵식이' 라는 별명의 이름이 생겼다. 업무추진을 위해 공적 법인카드로 과다하게 빵을 결제하는 '빵숙이' 라는 새 조어도 생겼다.
인간과 동식물계뿐만 아니라 인류가 만든 기술, 제도, 법 등의 진화는 공동체의 생존에 유리하게 진행된 공진화 결과이다. 인류 문명사회는 농경 정착시대부터 거대집단을 이끄는 리더가 공동체의 생존과 가치를 위한 공진화의 방향으로 유도한 결과이다. 공진화의 거대한 방향이 곧 시대정신의 지표이다. 그러나 한 독재자가 공동체의 생존과 가치의 방향을 틀어버린다면 각자도생의 길이 된다. 이런 공동체는 과도한 부대비용과 에너지를 지불하는 비극의 오솔길의 외솔길이 된다. 그래서 독선은 공진화가 아닌 홀진화이고, 협업과 나눔이 아닌 갈라치기와 독식이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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