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2일까지 1주일 동안 미국정부가 파견한 '핵심언어 장학생(CLS)' 동문 25명이 전남대학교 언어교육원의 연수에 참여하였다. 이들은 5.18항쟁의 발상지인 전남대 캠퍼스는 물론, 광주향교, 광주국제교류센터, 등을 방문하고, 또 강의와 토론을 통해서 한미 관계,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광주가 갖는 역사적 가치를 체험했다.
미국 국무부가 주관하는 CLS 과정은 미국의 국제 관계에 필수적인 언어 역량을 갖춘 미래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 2006년에 시작된 과정이다. CLS 과정은 미국의 대학생들이 여름 동안 세계의 주요 언어를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한국어, 중국어, 아랍어, 러시아어 등을 포함한 14개의 언어 중 하나를 선택해 현지에서 언어와 문화를 심도 있게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국무부가 이미 10년전부터 CLS 과정의 협력 기관으로 전남대학을 고른 것은 광주항쟁의 역사적 가치가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 특히 미국 정부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5·18 민주묘지를 방문하고, 광주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면서 미국 정부, 미국 언론, 당시 광주 거주 미국인이 어떻게 한국 민주주의발전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미국 정부가 기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매우 다양했는데 이들의 직업 역시 매우 다양했다.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전문연구자, 대학원생, 작가, 교사, 교수, 공무원, 시민단체활동가 등을 비롯해서 심지어 현역 군인도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내게 유창한 한국어로 수준 높은 질문을 한 참가자도 있었고, 세르비아 출신의 교류센터 간사에게 유창한 세르비아어로 말을 걸어서 놀라게 한 참가자도 있었다.
이 연수 과정의 지침서는 '매체 이해력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참가자들은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 미친 매체의 영향' '문화적 회복력과 매체 이해력의 영향' 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누었다. 이 지침서는 이 연수 과정의 참가자들에게 단순한 언어 학습의 수준을 넘어, 문화 대사로서 미국 내에 한국에 대한 이해를 전파하는 역할을 강조하고 있었다. 즉 이 연수 과정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미래 국제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광주 연수는 참가자들이 한국의 역사적 투쟁을 통해 얻어진 민주주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즉 미국 국무부는 CLS 과정을 통해 세계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미래 지도자들이 늘어나면서, 미국은 더욱 글로벌하고 포용적인 국가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 연수는 풀브라이트 학자 교환과 함께 미국의 세계 경영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의 내용은 국수주의적인 세계 경영 전략이 아니라, '매체 이해력과 민주주의'라는 주제가 보여주듯이 비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 중심의 국수주의보다는 '비판적인 매체 독해력'을 가진 미래의 지도자가 '지속가능한 미국의 세계 지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판단을 미국의 국무부가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제 인력 양성 과정은 국비유학생 파견, 한국어 교사 파견, 연구자 파견에 국한되어 있다. 아쉽게도 CLS 과정처럼 단기간에 많은 젊은 참가자를 모아 국제 전문가로 양성하는 과정은 찾아 볼 수 없다. 우리도 다양한 외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는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에 시민사회와 정부와 그리고 학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젊은이들을 양성하는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가 곧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매체 독해력'을 가진 젊은이를 키워야, 우리의 민주주의와 경제와 문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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