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숨쉬기가 힘든 똥고집의 악취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4.11.17. 14:02
■김용근의 잡학카페

■김용근의 잡학카페

늦가을이 찾아오면 나무는 성장이 느려지면서 잔가지를 쳐낸다. 나무 굵기가 커지면서 햇빛을 못 받는 가지는 점차 주 기둥 속으로 파묻혀 굳어지고 딱딱하게 된다. 그래서 좋은 목재를 얻기 위해서 옆 가지치기가 필수이다. 나무의 주 기둥 속으로 파묻혀 굳어진 것이 옹(壅)이이다. 나무의 유지 성분인 레진의 성분 때문에 옹이는 색깔이 진하고 특유의 향내가 난다. 옹이는 관솔로서 화력이 좋은 간편한 연료와 향의 재료로 쓰지만, 목재 제재에서는 단단하여 톱날을 상하기도 하고 무늬목으로 가치를 떨어지게 한다.

나무의 옹이의 옹(壅)은 흙으로 흐르는 물을 막는 둑이 원뜻으로 '막다', '가로막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옹이는 나무의 물과 영양분이 막혀 단단하게 굳어진다. 또 다른 의미로는 '굳은살'과 '가슴에 맺힌 감정'을 비유한 말이다. 옹이는 우리 안의 이질적인 땅, 아토피아, 은폐된 역사, 소수자 등의 의미로 확장된다.

옹이는 나무의 결에서 벗어난 자국처럼 보이지만, 쓸모없음의 제거할 대상이 아닌 아픈 역사의 이력이다. 옹이는 왕과 영웅의 역사 중심이 아닌 은폐되고 감춰진 민중의 역사이다.

작가 한강이 주목한 주제들이 역사의 주류인 주 기둥의 나이테가 아닌 파묻혀 은폐시킨 단단한 옹이들이다. 작가는 나무 제재소에서 피하고 싶은 옹이처럼, 승리의 역사에서 지우고 숨긴 옹이의 역사를 들춰냈다. 작가의 펜 끝에서 쏟아져 나온 먹물은 옹이의 어두운 슬픔과 짙은 울분의 향기를 머금고, 감각의 촉수가 되어 문장의 틈 사이로 흘러간다. 한강의 섬세한 감각의 저수지를 지난 옹이의 문학은 이번 노벨문학상이라는 꽃을 피워냈다.

가을이 되면서 여러 축제들 중에 판소리 공연이 열리고 있다 판소리가 12마당이라 하는데 실제로 다 들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변강쇠 타령, 배비장 타령 등 7개 마당이 19세기 말에 전승이 끊어졌다. 이 중에 옹으로 시작하는 것이 옹고집 타령이지만 전래 옹고집전으로만 남아있다.

흐름을 막는 옹(壅)을 더 견고하고 오로지 자기의 주장을 끝까지 내세우는 태도를 옹고집(固執)이라 한다, 고집(固執)은 완강하게 단단함의 고(固)와 잡다, 가지다의 집(執)이 합성된 말로 오로지 자기의 주장을 끝까지 내세우는 태도를 말한다.

옹고집은 터무니없고 과도하게 고집이 센 사람을 지칭할 때 쓰인다. 옳고 바른 가치를 지키고 유지하고 보존하는 긍정의 옹고집은 지킴의 파수꾼이다. 옹고집은 자기의 생각을 외부 설득에도 바꾸지 않고 오로지 전통의 가치와 기술의 우수성을 지키는 방어의 철망이다. 그리고 옹고집은 주로 전래 동화나 옛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이고, 현재의 옹고집은 음식점에서 자기 맛을 고집하는 사람이나 가게이다.

옹고집의 고집보다 더 강한 고집은 생고집이다. 생고집은 주변과 상황의 변화에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이며 생트집의 자기 논리의 창살 안에 갇혀 있는 태도이다. 생고집에서'생'은 '지나치게' 또는 '아주'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접두사이다. 따라서 생고집 이유와 근거 없는 비논리적인 고집의 태도와 행동을 가리킨다.

이 생고집보다 더 심하고, 더 이상 설득할 필요가 없고, 부패로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고집이 똥고집이다. 똥고집은 인지부조화의 상태이다. 누구도 부패한 사물에 접근하지 않듯, 누구도 설득의 문을 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독이 든 가시처럼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타인의 충고를 되려 가시 돋친 독침으로 되돌린다.

리더의 태도가 공동체의 가치와 의견을 논리와 합리성 없이 고집스레 고정 대못을 박거나, 자신의 신념에 갇혀 어떤 설득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인지부조화의 상태라면, 이는 마치 강철로 문을 걸어 잠근 성에서 썩어가는 부패의 냄새와 같다. 성 내의 구성원의 고통은 리더의 고집만큼 커진다.

생고집과 똥고집이 아닌, 한 가지 신념을 굳게 지키는 옹고집은 그래도 동네에서 맛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리더의 똥고집은 공동체 전체에 악취를 풍겨 숨쉬기가 어렵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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