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의 배경에 대통령의 정치 편향적인 유튜브 시청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의 발언 중 '반국가세력' '범죄자 소굴' '처단' 등의 극단적 표현들은 극우 유튜버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닮아있다. 이들은 세상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고, 적군을 증오와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다.
극우 유튜버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선거'다. "내가 이기면 위대한 시민의 승리이지만, 상대가 이기면 불공정"이라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반복적으로 제기한다. 대통령 당선과 지방선거 승리는 당연한 결과로 간주하면서도, 국회의원 선거 패배의 원인은 '선거조작'이라고 주장하며, 선관위 장악까지 정당화한다.
미국의 선거전략가 엘리 프레이저는 저서 '생각조정자들'에서 "현대인은 필터버블(Filter Bubble)에 갇혀서 자신에게 친근하고 듣기 좋은 미디어 정보만을 편식한다. 이것은 민주적인 의견 교환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위험한 현실"이라고 경고한다.
필터버블은 인터넷 정보자가 이용자의 선호에 따라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 특정 정보만 도달하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1인 1폰으로 개인화된 모바일 네트워크로 정보의 다양성을 차단하고, 사용자를 편향된 정보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필터버블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정 콘텐츠를 시청하면 AI 추천 시스템이 유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한다. 이는 유튜브 조회수와 시청시간을 극대화하려는 알고리즘의 자본주의적 속성이지만, 결과적으로 정보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극단적인 세계관으로 빠져드는 심각성을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심화된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수용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거부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차단하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 다수의 보수 언론들은 과장된 홍보, 즉 '윤비어천가'를 부르며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 이들 중 일부는 현재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 방송사 사장이 되었고, 지금도 자신만의 채널을 통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튼 교수는 "AI 발전으로 인해 인간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앞으로 사회적 불균형과 불신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3 비상계엄은 '대통령은 국민을 모르고, 국민은 대통령을 몰랐다'라는 의심을 재확인한 사건이다. 이같은 불신은 단순히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묻지마식 지역 정당 투표'를 해온 국민에게도 기인한다.
그러나 위기의 대한민국은 비상계엄을 빠르게 해제하고, 2030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K팝·응원봉 집회'라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었다. 이것은 미래 세대의 정치 참여에 대한 복선이자 'K-민주주의'의 희망이다.
왜 정치 참여가 중요한가? 정치가 불안정하면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흔들리고, 내전과 전쟁이라는 파국적 상황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왜 미디어리터러시가 중요한가? 앞으로 우리는 인간을 대면하는 시간보다 미디어 AI와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미디어리터러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를 위해 정치 미디어를 대할 때 '쉽게 믿지 않을 것', '비판적 태도로 반대 의견도 살필 것', '부분보다 전체를 바라보고 평가할 것' 등의 '3세번 리터러시'를 추천한다.
우리의 미래는 정치 참여와 미디어리터러시를 통한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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