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가업 이어 '무등'으로 산 지 5년 차
친근하면서도 듬직한 이미지에 '애정' 가득
"무등산 정기 받아 시민들 다 잘 되길" 희망

'무등이 곧 광주이고, 광주가 곧 무등이다'는 말처럼 무등은 그 자체로도 광주의 브랜드입니다. 무등이란 이름으로 무등산의 아랫자락에서 시작된 이 도시에서 무등은 '상징' 그 이상의 무언가로 시민 일상과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광주에서 무등을 상호명으로 쓰는 기관, 법인, 단체가 300여개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들에게 무등일보가 묻습니다. 왜 무등인가요? 편집자주.
"광주 어디서든 보이는 무등산처럼 '무등'은 하나의 이정표인 것 같아요. 무등화분도 하나의 업종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보니 이정표처럼 굳어졌습니다."
박광성 무등화분 대표(40)는 광주에서 화분을 구하는 도·소매상들에게는 '무등으로 가시면 돼요'란 말이 있다고 했다. 40년 업력의 '무등화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갖는 자부심의 근거는 분명했다. 광주 서구 상무화훼단지 내 1천평에 이르는 넓은 하우스는 켜켜이 쌓아올려진 무등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겹쳐 놓은 화분들은 서석대나 입석대의 돌기둥, 펼쳐 놓은 것들은 너덜겅의 모습을 고스란히 빼닮은 게 무등산 그 자체였다.
박 씨는 5년 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등화분을 맡기 전부터도 유독 '무등'이란 이름이 좋았다고 했다. 줄곧 그에게 친근하면서도 듬직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특히 무등산을 좋아하는 그에게 무등은 무등산만큼이나 듬직하고 위엄 있는 이미지가 강했다.
더군다나 자신이 태어나던 해 '무등'이 탄생했기에 일종의 형제, 혹은 쌍둥이와도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가게를 부모님에게 물러받을 때 상호 변경은 전혀 고려할 일이 아니었다. 높은 인지도나 평판도 큰 몫을 했지만 무등에 대한 그의 애착 또한 못지 않았다.

그는 "무등이란 단어 자체가 되게 직관적이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올 수 있는 그런 이름"이라며 "광주를 품고 있는 무등산처럼 광주에서 무등은 신뢰의 상징, 듬직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좋은 서비스와 물건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들과 신뢰를 쌓는다는 점에서 무등이라는 상호가 맞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광주와 전남에서는 무등이 주는 친숙한 이미지가 사업하는 입장에서 좋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요즘 같이 영어는 물론, 정체모를 다국적 언어가 난무하는 상호 속에서 직관적이면서도 단순한 '무등'은 더욱 힘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한번 찾아온 손님들은 여간해서는 상호를 잘 잊지 않는다.
박 씨는 "상무화훼단지에 오면 사람들이 저희 집도, 옆 꽃집도 여러군데 둘러본다"면서 "근데 저희 상호만 기억이 남으시는지 종종 '무등화분이죠? 그 옆에 꽃집을 다녀 왔는데 상호가 기억이 안나서 전화번호 좀 가르쳐주면 안 되냐'는 그런 전화를 꽤 받는다"고 웃음 지었다.
주로 광주와 전남, 전북지역에 유통을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을 통해 경상도나 수도권 등 전국으로 무등화분의 이름이 나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 씨는 무등의 가치, 이미지를 연관 짓는 상품을 기획해보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무등일보 독자이기도 한 박 씨는 "지금 무등일보를 보고 있는데 무등in 연재 기획을 봤다"면서 "'우리도 무등인데 연락 오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연락이 왔다"고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무등산의 정기를 받아 모든 시민들이 다 잘 됐으면 좋겠다"며 "특히나 저희 같은 소상공인들에게 요즘 어려운데 번창하길 바란다"고 응원의 목소리도 건넸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덧붙이는 글: 기획 연재 '당신의 무등' 인터뷰는 오는 9월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파빌리온관에서 전시됩니다. 올해 처음 신설된 광주 파빌리온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로 시민들과 호흡합니다. 공동체, 연대, 포용, 인권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무등(無等) 개념을 다양한 방식과 협업으로 확장합니다. 5·18민주화운동 '비경험 세대' 가 주축이 된 여러 작가들이 광주정신의 예술적 계승 방식을 탐문합니다.
-
여객기 참사 1년···"공상은 '딴 세상 이야기', 고통 딛고 나아가고 파"
최근 순천시 장천동 카페반에서 만난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박정빈 소방장(39).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그는 당시 "여기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몰라 허탈했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참담하죠, 항공유 냄새 나던 깊은 웅덩이 대부분이 피로 이뤄져 있었다는 게요."젖은 장비를 말리고 근무 투입을 준비하던,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무전기가 울렸다. '무안공항에 비행기 폭파, 수백 명 사망 추정….'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박정빈 소방장(39)은 "처음에 상급 부서가 무리한 훈련을 건 것으로 오해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인간이 형언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대형 참사 현장이 주는 압도감이 컸지만 뇌리에 남은 장면은 따로 있다. 작은 어린이 책가방 하나다. 잔해 속에 끼어 있던 가방은 피로 덮여 원래 색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박 소방장은 "아이는 없는데 가방만 유가족께 전해드려야 했던 심정이 (비행기의)철골만큼 무거웠다"며 "이후 두 살도 안 된 딸을 볼 때마다 당시 기억이 떠올라 고통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또 하나의 잔향은 항공유 냄새다. 금속과 토양을 뒤덮은 기름은 바람이 불 때마다 방화복을 뚫고 피부 틈새로 스며 며칠을 버티듯 남았다. 바닥에 고여 있던 기름 웅덩이 대부분이 피로 이뤄져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야 알았다. 박 소방장은 "희생자를 발견할 때마다 위치를 표시하려 준비했던 깃발이 수백 개였다"며 "폭발 충격으로 유해가 300여m 밖 철조망까지 흩어져 있었고, 파편화된 유해가 너무 많아 한 구역을 끝내기 전에 깃발이 동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고 끔찍한 상황을 술회했다.작년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당시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수색팀 등이 동체 꼬리 부분에 크레인을 메달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 /박정빈 소방관 제공그럼에도 현장을 누빈 소방관들은 여전히 자신을 '죄인'으로 느낀다. 유가족이 울며 다가올 때마다 '구조했다'는 표현조차 할 수 없어서다. 이미 숨이 끊긴 육신을 수습한 것에 불과해 무력감과 자책이 뒤따른다는 설명이다.동료도 가족도 무안공항 참사 직후에는 큰 위로가 될 순 없었다. 누군가 한마디라도 꺼내면 함께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수습 이후 홀로 유가족들이 머물던 텐트촌도 찾았다"며 "유가족을 마주하자 위로의 말조차 건네기 어려웠다. 그분들 앞에선 그저 늘 죄인일 뿐이다"고 했다.우울감이 계속되자 올해 초에는 동료들과 함께 전문 상담가를 찾았다. 그러나 의자에 앉는 순간에도 사고 현장의 불길과 시린 공기가 폐 깊숙이 남아 있는 듯했고, 입을 여는 즉시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심리치료가 일부 도움이 됐지만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는 통념은 여전히 대원들을 옥죄고 있다. 마음의 유약한 면을 드러내는 일 자체가 조직 분위기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을 사유로 공상(公傷·공무상 재해)을 신청하는 것은 일선에서 '딴 세상 이야기'다. 그는 "공상은 UFO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최근 '광주 대표도서관 참사'가 발생하자 사고 현장에 출동한 박 소방관과 119 구조대원들. /박정빈 소방관 제공현재 그는 순천제일대학교 소방방재과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소방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참사 1년을 맞은 만큼 고통을 딛고 나아가고 싶어서 직책을 맡았다.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은 용맹하게 소리치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두려우면 두렵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용기 있는 자입니다." 자기 자신과 미래 소방관들에게 그는 이렇게 전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영상=박현기자 pls2140@mdilbo.com※본 보도는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제2장(15조)에 따라 재난상황의 본질에서 벗어난 흥미위주의 내용, 선정적 설명을 최대한 지양했습니다.
- · [영상뉴스] 광주 서창 들녘 '만드리 풍년제'··· 선조 지혜 되새겨
- · [영상뉴스] 여수 섬들이 품은 기억··· 2025 여수국제미술제
- · [무등맛집]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단골식당'···광주 고기맛집 어디?
- · [무등맛집] 광주 대표 이색음식 '상추튀김'···가성비 로컬 맛집은 어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