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유튜브 정치의 해악과 민주주의의 위기"

@김기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입력 2025.02.09. 17:59
김기태(시사문화평론가, 전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미디어교육학회장)

법원이 발부한 긴급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관저에 숨어있던 대통령이 주변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에게 보낸 '집회 장면을 유튜브로 보고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하는 장면은 대한민국 유튜브 정치의 해악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웅변하는 듯 했다. 온갖 상스런 욕설과 혐오 발언으로 집회를 이끌던 유명 극우 유튜버는 대통령이 자신들의 집회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강조했다. 광화문, 대통령 관저, 헌법재판소, 서울구치소, 공수처, 급기야는 문제의 서부지방법원에 이르기까지 극우 유튜버는 지지자들을 모으고 부추기고 욕설하고 폭력을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발언을 반복했다. 끔찍했던 1월 19일 서부지법 난동사태를 전후해서는 극우 유튜버들이 노골적으로 폭력을 선동하는 장면이 그들 자신의 유튜브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오전 3시경 한 유튜버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며 '후문'으로 향하게 해 청사 난입을 시도하는 장면도 생생하게 드러났다. 난동과정에서 또 다른 유튜버는 "1.19 혁명'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필자는 그동안 여러번 유튜브의 위력과 일탈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유튜브의 영향력과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할 뿐 아니라 한가하기 짝이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른바 유튜브 정치가 대한민국을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일 시대착오적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개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으로 유튜브 정치가 꼽히고 있다. 충격적인 비상계엄 사태를 당한 이후 정상적인 법적, 정치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 재판과 내란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극우 유튜버들은 이를 부정하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욕설과 폭언으로 연일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흥분시킨다. 상식적인 대부분의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정선거론, 중국관여론, 반국가세력론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적으로 강변한다.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의 주장과 동일한 내용이다. 물론 유튜버라는 매체의 특성상 다소 과장되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행법을 위반하는 수준으로 까지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1월 22일 유튜브 '제이컴퍼니'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두 명의 남성이 라이터 기름통으로 보이는 노란색 통 입구를 칼로 자른 뒤 바닥에 뿌리는 모습이 나온다. 통 안에 든 물질이 잘 나오는 것을 확인한 남성은 깨진 법원 창문을 통해 내부에 뿌린다. 영상에는 또 다른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법원 창문 쪽으로 가 노란색 통을 들고 뿌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남성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건물 진입을 지시하는 듯한 손짓을 물론이고 손전등을 들고 판사 집무실이 있는 7층을 뒤지는 화면에도 포착됐다. 온라인에서 이른바 '투블록 남'으로 불리는 이 남성은 폭동 사흘 만인 23일 경기도 파주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공동주거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방화 미수 혐의 등에 대해서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몇 주간 여러 극우 유튜브를 통해 선거부정, 중국의 탄핵반대 집회 조직적 개입 등 음모론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선동을 야기하는 표현이 쏟아진 바 있다. 서부지법 폭력난동사태와 극우 유튜버들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증거들이 아닐 수 없다.

민주사회에서 유튜브를 통한 여론형성과 자기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폭력과 혐오와 거짓을 반복적으로 조장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 구독자수가 많은 유튜버일수록 더 현행법을 준수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들의 주장과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 폭행 및 교사, 공공건물난입, 공공시설파괴, 방화시도, 모욕, 혐오조장, 공무집행방해, 내란선동 등 최근 극우 유튜버들의 법 위반 여지가 있는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현행법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불법적인 언행을 일삼는 유튜버들을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고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유지할 수 없다. 유튜브 정치의 해악이 민주주의의 파국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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