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대전환의 시대다. 해마다 세시가 되면 격동의 시대, 전환의 시대를 외치지 않았을 때가 있었을까마는, 병오년 새해의 기운은 남다르다. 정초부터 지역의 운명을 가를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메가톤급 이슈로 떠올랐다. 다른 현안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60여년 만에 현실화되고 있는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도 숨 가쁘게 돌아간다. 신성장동력인 AI·반도체, 에너지 분야는 광주·전남을 아껴놓은 땅, 약속의 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풀뿌리 지방선거까지 치러진다. 지역의 백년미래를 책임질 혜안과 동력이 필요할 때다. 어물쩍 넘어가다간 자칫 역사와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새해 벽두에 터져 나온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는 그런 점에서 단연 압권이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2일 국립5·18민주묘지를 합동참배한 후 '광주·전남 통합지방정부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양 시·도가 '통합 지방자치단체 설치 특별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국가 행정권한과 재정권한 이양을 통해 연방제 국가에 준하는 실질적 권한과 기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특례조항을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명시적 표기는 없었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출을 전제로 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국토 균형발전을 꾀하고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1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거대 플랜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광주·전남이 AI·에너지 대전환 시대, 남부권 반도체 벨트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맞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전략이 깔려있다. 현 정부가 통합 시·도에 대해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와 조직 특례를 부여하고 교부세 추가 배분, 공공기관 우선 이전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계획하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즉각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대전·충남 이어 광주·전남까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시·도 통합 관련 뉴시스 기사를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1극체제를 극복하고 지역주도 성장의 새 길을 열어야 한다는 데 국민의 뜻이 모이고 있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만간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갖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 같은 전략이 현실화된다면 광주·전남에는 인구 320만, GRDP(지역내 총생산) 150조원에 달하는 거대 지방정부가 탄생한다. 소극적인 메가시티 광역경제권이나 특별광역연합 수준을 넘어 지역통합의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행정통합을 이끌어냄으로써 명실상부 연방정부에 버금가는 법적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막대한 행정적·재정적 인센티브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법제화 작업이야 민주당 정준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광주·전남초광역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특별법안'이 2월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고 별도의 특례지원 법안도 준비 중이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관건은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지금의 통합논의에 대해 지역민들의 동의를 원만히 이끌어 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역통합은 주민투표 또는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난 1995년 이후 세 차례 통합논의 과정에서도 각계의 이해가 얽혀 좌절된 선례가 있다. 허경만, 송언종 전 광역단체장의 엇박자를 빗대 '허송세월'이라는 용어가 나돈 것도 같은 이유다. 통합지자체 명칭이나 광주시의 법적지위, 통합청사 소재지 결정, 지방의회 의원수 조정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6·3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5개월, 후보 등록 시기까지 감안하면,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절차를 마치고 통합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을지는 정말 '노답'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도 통합 논의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시각 또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무엇보다 그 배경에 정치적 저의가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여러 차례 시·도 통합 요구에 반대 의견을 내거나 입장을 유보해 왔던 단체장들이 갑자기 급변한 의도는 무엇인가. 혹여,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구도를 세게 흔들어보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각 후보들도 정치적 셈법에 따라 통합 시점이 제각각이다. 진정성만이 주민 동의의 전제조건이고 우리에겐 시간도 많지 않다.
병오년을 뜨겁게 달굴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이다. 10년여 동안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무안 이전 논의가 6자 TF를 통해 극적 합의를 이끌어 낸 이후 숨 가쁘게 돌아간다. 국방부의 예비이전 후보지 지정과 특별법 개정, 무안주민 찬반투표, 최종 이전 후보지 선정까지 대역사를 위한 절차들이 착착 준비 중이다. 힘들었던 과정만큼 논란은 여전하다. 총사업비 5조7000억원, 많게는 10조원대에 육박할 이전 사업을 과연 정부 차원의 국책사업이 아닌 현행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부호다. 먼저 출발한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도 그 지점에서 멈춰있다. 무안군에 약속한 1조원대 지원금의 재원 마련이나 종전부지 개발 구상 등도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심장부로 떠오른 AI·에너지·반도체 분야 성장 전략이나 불법계엄·탄핵정국의 국가 위기를 극복한 5월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등도 올해 광주·전남이 당면한 현안이자 기회이다. 그 와중에 풀뿌리 지방선거가 6월3일 치러진다.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일당독점의 폐해가 여전한 곳.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선방식 변경을 누누이 강조해도 도대체 변하지 않는 민주당이라,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가 더욱 중요해졌다.
따지고 보면 굴곡의 역사를 거침없이 극복하며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던 광주·전남이다. 그만큼 새해에도 우려보단 기대와 희망이 앞선다. 여러 걱정들이 그저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각 분야 주체들의 쉼 없는 노력, 지역공동체의 집단지성, 역동적인 추진력을 염원한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 마부정제(馬不停蹄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기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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