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좌고우면에 국민 말라죽는다, 문인들도 나서

@무등일보 입력 2025.03.26. 18:07

헌법재판소의 지리멸렬한 눈치보기에 보다 못한 문인들이 나섰다. 더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탄핵심판을 조속히 선고하라는 주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비롯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과 안데르센 상을 받은 세계적 아동문학가 백희나와 이수지, 문단의 거목인 김혜순, 나희덕, 신형철, 김연수 등을 비롯해 90년대 이후 출생한 신세대 작가 등 한국 문단 414명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이례적인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문단이, 세계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문인들의 절박한 외침이 저 칠레와 브라질, 체코 등 과거 후진 독재국가 치하 작가들의 저항을 연상시킬까 우려된다.

헌재가 국가를 후진국으로 내모는데 더는 기여해선 안 될 일이다.

이들의 요청은 명확하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파면뿐이며, 그 외의 결정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존재한다면 그것은 국가적 재난이자 역사적 배신"이라는 주장이다.

작가들은 2023년 12월 3일 내란 사태 이후 100일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시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지적하며, "대통령직 파면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연한 결정"이라 강조했다.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든 문인들의 결집은, 단순한 정치적 표현을 넘어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중대 기로를 진단하는 문학적 양심의 응답이자 절규다.

이 공동성명은 단지 숫자의 위력이 아니다. 특정 문학 단체나 정치적 연대 없이, 고유한 문학 세계를 가진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름으로 내놓은 자발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성과 긴박함이 남다르다.

연대의 결은 세대와 장르, 이념을 넘어선다. 작가들의 고유한 문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라는 서사를 쓰고 있다. 414개의 '한 줄 성명', 이 절실한 외침들은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드는 폭력적 질서에 대한 윤리적 저항이다.

헌법재판소는 더이상 좌고우면 하지말고 작가들의 절규에 응답하기 바란다.

헌법 수호자인 재판소가, 사회적 갈등 조정자이자 법의 최종 해석기관이 머뭇거리는 사이 국민들은 심각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고 있다. 탄핵심판이 정치적 거래 대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헌재가, 권력의 편이 아닌 헌법과 국민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증명할 때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으며, 작가들이 펜을 들었고,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뿐이다. 국민의 부름에 반드시 응답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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