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이유로 계약직을 자른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강재원)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 계약직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노위가 지난해 8월 한 재심 판정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광주 동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원가관리책임자를 보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근로계약 체결 8일 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외벽 붕괴로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이후 화정아이파크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현산이 시공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현산은 도급업체들과 시공 관련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체결했고 이를 조합에 통지했다. A씨는 원가관리책임자와 함께 다른 현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사고 현장의 잔여 업무를 처리했다.
현산은 지난해 1월 화정아이파크 현장 공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중단되자 A씨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는 현산이 계약기간 만료 전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라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A씨 주장을 인정한 지노위와 달리 중노위는 천재지변을 이유로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상 불가피한 사유의 예시로 천재지변만을 들고 있는 점이나 이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근로계약 관계가 오로지 현산 사정에 따라 자동 종료될 수 있어 근로자 A씨의 지위가 지나치게 불안정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계약에서 정한 불가피한 사유란 천재지변에 준하는 정도의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 그에 관해 현산의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고 현산이 지배·관리하는 위험 영역 밖에서 발생해 통상의 수단을 다했어도 이를 예상·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현산이 현장 시공에서 배제됐다는 사정은 현산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무엇보다 현산이 지배·관리하는 영역 안에서 발생해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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