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징징대지 말라” 일침
전두환 이후 30년 만의 내란
사형·무기 구형 여부 최대 쟁점
늦은 밤~새벽까지 이어질 듯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결심공판이 열린 가운데, 특검팀과 변호인단이 증거 조사 절차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9일 오전 9시2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군·경 수뇌부 7명을 포함한 피고인 8명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417호 대법정은 과거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 장소로, 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이 법정에 선 것은 30년 만이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과 김 전 장관 측의 서류증거 조사 과정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김 전 장관 측이 자료 복사본 부족을 이유로 구두변론을 요청하자 특검팀이 "준비된 피고인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 이를 지켜보던 지귀연 부장판사는 "재판도 끝나가는 마당에 왜 이러느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프로는 징징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준비가 안 됐으면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양해가 안 되면 준비된 피고인부터 진행하면 된다"며 논쟁을 일축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서증조사에서 "계엄 선포 요건인 국가적 위기 상황 판단은 국민이 직접 선택한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검찰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을 향해서는 정치 재판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윤 전 대통령은 흰 셔츠에 검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해 재판부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서증조사 동안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인 채 듣는 모습이 주로 포착됐고, 간간이 윤갑근 변호사와 귓속말을 나누며 웃는 장면도 보였다. 재판 중 고개를 꾸벅이며 조는 듯한 모습도 관찰됐다.
법원 청사 안팎은 이른 아침부터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재판 시작 약 한 시간 전부터 417호 법정 앞에는 긴 대기 줄이 늘어섰다.
재판부는 서증조사를 이어간 뒤 특검팀의 최종 의견과 구형, 변호인단의 최후변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최후변론에만 6~8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고해, 결심공판은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공판의 최대 관심사는 특검팀의 구형 수위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형뿐이다. 1996년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관련 내란 수괴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는 사형이 구형된 바 있다.
특검팀은 전날 6시간에 걸친 내부 회의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책임 정도와 공판 과정에서의 태도 등을 종합해 구형량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단죄의 의미로 사형을 구형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함께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봉쇄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구금 시도를 지시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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