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in] 곱씹을수록 좋은 무등, '이름값' 톡톡히 누립니다

입력 2024.08.28. 16:48 이삼섭 기자
[무등in ⑥] 이주학 무등콩물국수 대표
"광주 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름" 추천에 상호로 결정
곱씹을수록 매력적…"지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
"등급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품격 있는 도시 되길" 희망
이주학 무등콩물국수 대표는 무등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이 됐다고 말했다.

'무등이 곧 광주이고, 광주가 곧 무등이다'는 말처럼 무등은 그 자체로도 광주의 브랜드입니다. 무등이란 이름으로 무등산의 아랫자락에서 시작된 이 도시에서 무등은 '상징' 그 이상의 무언가로 시민 일상과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광주에서 무등을 상호명으로 쓰는 기관, 법인, 단체가 300여개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들에게 무등일보가 묻습니다. 왜 무등인가요? 편집자주.

"무등은 너무 뛰어나서 등급을 매길 수 없다는 뜻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되려고 노력 중이고,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개업한 지 11년 만에 최고 등급까지 올라온 것 같습니다."

광주 북구 두암동 무등도서관사거리에 자리 잡은 무등콩물국수 주인장 이주학(40) 씨는 두부 가게를 하던 부모님의 노하우를 이어받아 11년 전 이곳에 가게를 차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게 이름도 부모님 지인의 추천을 받아 지었는데, 그 이름이 '무등'이다. 광주 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름이고, 콩물국수를 주로 찾는 어른들 입장에서 쉽게 기억되기 좋은 이름이라서다.

이 씨는 처음에는 상호에 반신반의했다. 그에게 무등은 어렸을 때부터 너무도 흔하게 접하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에 착착 붙는 게 이만한 이름이 없는 것 같아 결국 무등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약간 진부한 느낌이 있어서 다른 이름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잘했다는 생각이다"며 "가게 특성상 어르신들이 정말 많이 오시는데 어르신들이 기억하기 쉬워서 그런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게를 열고 입소문을 타다 보니 8년 만에 가게를 신축해서 옮길 수도 있었다. 그는 무등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받았다고 했다.

또 이 씨는 "광주 사람들에게는 무등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들어온 이름이지만, 타지역 사람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이름이 되는 것 같다"며 "무등이 약간 동글동글한 이름이기도 하고, 목말에 아이를 태우는 것을 무등(일부 지역 방언)이라고 하는 것처럼 다양한 이미지로 해석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두암동 무등콩물국수 외부 간판.

이어 "타지역 분들이 '무등이 뭐예요'라고 질문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무등은 광주의 대표 산인 무등산에서 따왔고 너무 뛰어나서 등급을 매길 수 없다는 뜻으로 설명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무등은 곱씹을수록 매력적이다. 그는 "가게를 차리기 전에 무등이라는 건 어렸을 때 약간 추억의 장소였던 무등경기장이나 무등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은 저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이 된 것 같다"며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도 조금 더 생각을 해봤는데 곱씹어 볼수록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고 무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무등은 추억저장소"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어릴 때부터 무등과 관련된 추억과 무등콩물에서 갖게 될 앞으로의 추억까지 모든 추억이 저장될 이름이다"고 말했다.

이 씨는 광주라는 도시가 무등이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품격 있는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광주에 대한 애정을 점수로 표현하면 90점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사실 그동안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해소되는 것 같아 점점 더 사랑할 수 있는 도시가 돼가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 도시에 대해 아쉬운 점으로는 일부 조직화된 단체들의 기득권과 폐쇄성을 꼽았다. 이 씨는 "일부 단체들이 사회나 지역의 공익보다도 자신의 것만 지키려는 자세가 조금 아쉬웠다"면서 "무등이라는 이름처럼 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품격 있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덧붙이는 글: 기획 연재 '당신의 무등' 인터뷰는 오는 9월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파빌리온관에서 전시됩니다. 올해 처음 신설된 광주 파빌리온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로 시민들과 호흡합니다. 공동체, 연대, 포용, 인권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무등(無等) 개념을 다양한 방식과 협업으로 확장합니다. 5·18민주화운동 '비경험 세대' 가 주축이 된 여러 작가들이 광주정신의 예술적 계승 방식을 탐문합니다.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