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메가이벤트, 도시 마케팅 잠재적 매력 넘쳐

입력 2024.10.18. 09:29 유지호 기자
■5·18&스포츠 관광, 광주에 스토리 입히자
왜 스포츠관광 마케팅인가
전국구 구단 타이거즈 열풍
월드컵·수영대회 유산 활용
광주 문화·역사 콘텐츠 연계
도시브랜딩·경제효과 창출
국제대회, 외교·문화교류 장
글로벌 관광도시 도약 기회
비전·로드맵 짜는 지혜 절실

#사례 하나.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야구보고 저녁 겸 술 마시려는데 식당 추천 부탁드립니다. 남자 3명이 가는데 다들 광주를 잘 몰라서…."

"여름 휴가 때 사흘간 직관하려 합니다. 챔필 주변 숙박업소가 있을까요. 광주 갔으면 이 음식은 먹어야 한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광주를 연고로 하는 KIA타이거즈 홈경기 열리는 날이면 야구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업로드 되는 글들이다. 챔피언스필드 인근 먹을거리와 볼거리, 호텔 추천 등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댓글은 천차만별이다. 송정떡갈비·오리탕 등 대표 먹을거리에서부터 자신들의 동네 맛집까지 다양하다. 숙박 시설이 마땅치 않으니 '직관하고 KTX 막차 타고 올라가라'는 답변도 있다. 1천만 관중을 돌파한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전국구 구단이 바로 KIA다. 정규시즌 우승 등 성적까지 좋아 챔피언스필드엔 서울·경기, 대구·부산 등 전국에서 구름 관중이 몰렸다. 올 시즌 홈 관중 125만9천249명을 기록하면서 종전 최다인 2017년의 102만4천830명을 가뿐히 넘었다. 2만500석의 관중석도 30번의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기니살(KIA 니 땜시 살아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광주는 올해 '야구 열풍'에 들끓었지만, 이를 광주 도시관광과 연계시키려는 전략과 정책 등은 눈에 띄지 않았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맞아 14일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 열린 광주대표음식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직접 만든 잡채와 주먹밥을 선보이고 있다. 무등일보 DB

#사례 둘.

2019년 4월 28일 오후 7시 광주월드컵경기장. 그 해 7월 열리는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붐 조성을 위한 슈퍼콘서트 행사에는 세계에서 3만여 명(외국인 1만여 명)이 왔다. K-POP 스타인 방탄소년단과 모모랜드·아이즈원 등이 무대에 오르면서다. 'BTS 공연'은 콘서트 전부터 전국적 이슈가 됐다. 당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기사 중 하나.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실시된 온라인 티켓팅은 모두 1분도 되지 않아 마감됐다"며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해 들어오는 단체객들은 광주와 전남 지역 투어도 진행한다. 광주의 대표적인 거리 충장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광주향교, 양림동(개화·일제강점기 유적지) 등을 둘러보고, 야경과 케이블카로 주목을 받는 여수항 등을 관광할 예정"이라고 썼다. '"BTS 온다"…분위기 고조되는 광주'란 제목의 중앙 언론사 기사에서다. 이벤트를 기념하는 문화행사를 통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광주를 마케팅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주에 관광객이 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고민의 출발점이었다. 광주가 인기 관광지는 아니다. 쇼핑·숙박·자연경관 등을 우선시하는 이들을 끌어들일 매력적 요소가 많지 않아서다. 도시브랜드 제고를 통한 관광객 유치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관광산업은 비지니스다. 국내·외 트렌드에 반응하며, 도시가 지닌 역사·문화자원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최적의 성과를 내는 것이다.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관광 목적지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행·관광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미지. 2000년대 광주하면 5·18 민주화 운동, 옛 전남도청 ·금남로, 무등산 등을 떠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광주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다. 그 중심엔 5·18이 있다. 건물과 장소, 역사·인물 등 관련 스토리가 많은 이유다.

도시브랜드와 관광은 스포츠이벤트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다. 광주는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야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KIA타이거즈가 대표적이다. 올해 1천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KBO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엔 서울·경기, 대구·부산 등 전국에서 구름 관중이 몰린다. 그간 챔피언스필드 누적 관중만 125만9천249명(평균 1만7천250명)에 달한다.

국제스포츠이벤트도 빼 놓을 수 없다. 스포츠는 지난 10년간 관광 분야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다. 세계관광기구(WTO)에 따르면 스포츠가 선진국의 국내 총생산에 기여하는 정도는 1~2%, 관광 기여도는 4~6%에 달한다. 광주는 2002년 월드컵 4강과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U대회) 성공 신화를 이룬 곳이다. 제18회 광주수영대회는 이들의 유산(레거시)이다.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를 맞아 광주가 '작은 지구촌'으로 변했다. 개최도시 광주를 찾은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들이 12일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자연을 즐기며 광주의 맛과 멋, 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무등일보 DB

수영대회는 미디어 노출 등에 따른 도시 마케팅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 광주대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수단·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191개 국가에서 1만3천여 명. 145개 국에 TV로 중계됐다. 시청자는 총 10억9천58만2천여 명.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만 33만2천여 명에 달했다.

국가대표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선수권대회에 이어 열린 마스터즈대회에는 수영 동호인들이 참여했다. 84개 국에서 선수 4천13명, 코치 193명 등 5천365명이 왔다. 항공·숙박·참가비 등은 스스로 부담한다. 대회 등록비·참가비 수익만 6억 원. 대부분 휴가를 겸해 가족·친구들과 동행했다. 일주일부터, 길게는 보름까지. 선수촌에는 1천200여 명의 선수와 가족 등이 묵었으며, 총 1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들을 대상으로 모두 72차례 운영한 전통문화 체험과 관광 프로그램에는 1천136명이 참여했다.

대회기간 스포츠 외교 및 교류의 장이었다. 마이스(MICE:Meeting·Incentives·Convention·Exhibition) 도약의 발판이 됐다. 평소 만나기조차 힘든 200여 개 국가의 수영연맹이 한 자리에 모였다. FINA 뷰로회의(80명), FINA 총회(500명), FINA 갈라(1천100명), FINA·IOC 미팅(40명) 등 공식행사 뿐만 아니라 대륙별·종목별 위원회 회의 등이 잇따라 열렸다.

문화 공연도 빼 놓을 수 없다. 문화중심도시 광주를 각인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 것이다. 대회 기간, 경기장과 선수촌, 5·18 민주광장 등에서 매일 선 보인 공연 만 139차례에 달했다. 음악과 무용, 퍼포먼스, 연극 등 분야도 다양했다. 도시 브랜드와 관광객 유치 등 수익 창출을 위해서다. 논란에도 국제스포츠이벤트와 대형 문화예술축제 등을 통해 도시의 매력을 증가시키려는 시도와 노력들이 계속되는 이유다.

대회를 통해 쌓인 이미지·인프라 등이 도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국내 최고의 PR(홍보·Public Relations) 전문가로 꼽히는 김주호 KPR 사장은 "평창올림픽으로 KTX 경강선·제2영동고속도로 개통, 평창과 강릉의 각종 경기장 건설, 선수촌 건설 및 분양으로 인한 도시개발 등으로 관광수요가 늘어났고, 여수엑스포도 스카이 타워 및 빅오, 국제관, 한화아쿠아리움 등의 기존 시설을 유지, 활용함으로써 KTX 여수역 개통과 함께 신항의 활성화와 관광객 증대를 가져왔다"면서 "광주도 수영·문화·역사 등 핵심 콘텐츠를 중심으로 광주를 비롯해 주변 관광지를 연계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PR활동을 할 때 확고한 이미지가 구축된다"고 설명했다.

광주는 월드컵과 U-대회, 수영대회 유산이 있다. 내년엔 세계양궁선수권대회도 열린다. 특히 프로야구·축구·배구팀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관광의 현실은 초라하다. 프로야구는 물론 그 간 개최된 국제스포츠이벤트와 도시관광과의 연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는 광주가 지향하는 대전제, 즉 브랜드 마케팅과 스포츠 관광의 큰 그림이 없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미지는 도시를 규정한다. 스포츠 관광의 미래 비전과 로드맵을 촘촘히 짜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스포츠이벤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상품인 동시에 도시가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된다. 관광 전문가인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 외에 각종 문화·공연·회의 등에 활용되면서 도시 활성화에 기여 한다"며 "21세기 도시경쟁력은 도시의 인지도와 지명도를 높여 더 많은 기업과 방문객을 유치하는 도시브랜드 파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는 도시 마케팅·브랜드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스포츠와 문화·관광을 연계하는 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슬로건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 등을 만들었던 브랜드 및 네이밍 전문가인 민은정은 저서 '브랜드;짓다'에서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할 때 '내가 들려주고 싶은' 기업의 언어가 아니라 '고객이 듣고 싶은' 브랜드 언어로 말하라"고 했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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