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V12땐 '금남로 퍼레이드' 하자

입력 2024.10.18. 09:55 유지호 기자
광주는 거리와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되는 도시다.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 금남로 1가가 대표적이다. 80년 5월 '그날'로 데려간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해서다. 국가 폭력과 그에 따른 문제 의식을 다뤄 온 한강 작가의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무대도 이 곳이다. 사진은 옛 전남도청(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앞 분수대 모습이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광주는 역사적 사건과 거리로 기억된다.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 금남로 1가가 대표적이다. 80년 5월 '그날'로 데려간다. 옛 전남도청이 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전일빌딩 245, 민주화운동 기록관 앞 길까지 518m 구간이다.

상징 이미지가 있다. 44년 전, 80년 5월 21일 정오쯤 발생한 공수부대원들의 집단 발포 순간이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금남로는 아비규환이 됐다. 무장 군인들의 총구에서 몰려든 시민들을 향한 실탄이 발사되면서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 담긴 인상적인 장면이다. 부당한 국가폭력에 맞선 시민군들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보여줘서다. 제목은 계엄군의 작전명에서 따 왔다.

광주는 거리와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되는 도시다.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 금남로 1가가 대표적이다. 80년 5월 '그날'로 데려간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해서다. 국가 폭력과 그에 따른 문제 의식을 다뤄 온 한강 작가의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무대도 이 곳이다. 사진은 공원 쪽에서 옛 전남도청(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전일빌딩 245 방향으로 내려다 보는 금남로 1가 모습이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묘사는 담담하다. "도청 앞 스피커에서 연주곡으로 흘러나온 애국가에 맞춰 군인들이 발포한 건 오후 한시경이었습니다. 시위 대열 중간에 서 있던 나는 달아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이 산산조각나 흩어졌습니다. 총소리는 광장에서만 들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높은 건물마다 저격수가 배치돼 있었습니다."

국가나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문제 의식을 일관되게 다뤄 온 한강 작가의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다. 그는 열세 살 때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가 건넨 사진을 통해 5·18의 참상을 봤다. 1970년 광주 출신인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5·18이란 주제를 다루며 심리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했다. 한국 작가로는 첫 노벨상 수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광주는 거리와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되는 도시다.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 금남로 1가가 대표적이다. 80년 5월 '그날'로 데려간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해서다. 국가 폭력과 그에 따른 문제 의식을 다뤄 온 한강 작가의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무대도 이 곳이다. 사진은 전일빌딩 245 모습이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금남로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한다. 복원 사업 중인 ACC 쪽에서 바라볼 때 오른쪽에 위치한 상무관은 추모공간이다. 5·18 당시 임시로 시신을 모셨던 장소다. 소설은 그 곳에서 일하다 숨진 소년의 이야기다. 도청에선 시민군이 계엄군과 마지막까지 싸웠다. 분수대는 '공론장'이었으며, 전일빌딩에선 총탄과 헬기 사격 탄흔 등이 발견됐다. 기록관엔 사진 4천217점 등 모두 8천여 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있다.

요즘 가장 핫한 프로야구에도 '5·18 광주'의 상흔이 짙게 배여있다.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밟고 권력을 잡은 신군부의 우민화 정책 탓이다. 전두환 정부는 정치·사회적 통제로 팽배한 국민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숨통을 열어뒀다. 영상(Screen)·스포츠(Sports)·성문화(Sex)의 약칭인 '3S 정책'이 그 것이다. 민주화 열망이 컸던 국민들의 관심사를 돌리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했던 셈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광주에서 타이거즈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80년 5월 금남로 분수대처럼 야구장은 해방구였다. 해태타이거즈의 '검빨 유니폼'은 광주의 자부심이었다. 가슴 속 맺힌 한은 무등야구장에서 풀렸다. 분위기를 타서 승기를 잡을라 치면 어디선가 '목포의 눈물'과 '남행열차'가 울려 퍼졌다. '김응용'을 연호하다 '김대중'을 외쳤다. 처음 만난 이들도, 그렇게 하나가 됐다.

광주는 거리와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되는 도시다.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 금남로 1가가 대표적이다. 80년 5월 '그날'로 데려간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해서다. 국가 폭력과 그에 따른 문제 의식을 다뤄 온 한강 작가의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무대도 이 곳이다. 사진은 전일빌딩245에서 바라본 금남로 모습이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2024.10.11

5·18은 프로야구에서도 금기어 였다. 일정 통제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이다. '신군부 등에 의해 5월 18일엔 광주에서 야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군기무사 문건 등이 드러나면서다. 실제 1999년까지 5월18일엔 광주에서 단 한 차례의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2000년에 이르러서야 무등야구장에 관중이 모일 수 있었다.

광주가 주목받고 있다. KBO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KIA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어서다. 우선은 숙박과 교통 등 광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에 최선을 다해야 겠지만, 다크 투어리즘이든, 스포츠관광이든 '컨셉 있는' 도시관광을 위한 중·장기적 전략도 마련돼야 한다. 예컨대 챔피언스필드 투어 프로그램에 금남로와 ACC, 동명동·양림동 등을 연계하는 방안 등이다.

KIA타이거즈 우승 땐 시민들과 함께 금남로에서 퍼레이드를 해보면 어떨까.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연고 도시에서 퍼레이드 하는 전통이 있다. 100만명 가량 모인다고 한다. 개성없는 보도블럭 대신에 우승 감독·코치·선수들의 핸드 프린팅과 싸인판 등을 만들어도 좋을 듯 싶다. 도시 브랜드 마케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스토리가 가미된 이벤트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매력적인 인상과 경험은 다시 찾고 싶은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 성패는 디테일에 있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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